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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회의실이 없다 — Gonnector 대표 고영혁 특강에서 만난 자비스 라운드테이블

꽃들이 각자 피어 있는 정원 한가운데, 아직 아무도 앉지 않은 빈 원탁 — 이 글이 조명하는 공백

에이전트를 여럿 굴리고 있다. 역할도 나눴고, 각자 일도 잘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 여럿을 모아 놓았는데 왜 같지가 않은가. 각자의 보고서는 쌓이는데, 보고서들끼리는 서로를 한 번도 만나지 않는다. 이 글은 그 위화감의 정체를 다룬다.

지난 10편에서 이 시리즈는 프롬프트에서 루프까지의 이동선을 그렸다 — 사용자의 일이 주입에서 목적지 설정으로 옮겨간다는 이야기였다. 그 글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그 이동선의 끝을 이미 살고 있는 사람이 블룸AI를 찾아왔다. 고넥터의 고영혁 대표가 특강으로 들려준 것은 이론이 아니라 운영 중인 회사였다. 인간은 한 명, 팀원은 열두 명 — 나머지 전원이 AI 에이전트인 회사다. 같은 내용은 티타임즈TV의 공개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이 글은 그 특강을 우리가 이해한 만큼 소개하고, 우리의 정원 — 테크 라이팅 하네스 — 에 겹쳐 본다. 겹쳐 보면 대부분이 포개진다. 역할 분리, 기억, 권한, 검증, 루프. 그런데 딱 한 자리가 비어 있다. 우리 정원에는 회의실이 없다.

1. 1인 기업이 아니라 "1인 + 12명 AI 팀"

한 사람을 중심으로 열두 개의 서로 다른 빛깔 실루엣이 하나의 팀을 이룬 모습

고 대표는 자신을 전통적 의미의 1인 기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컨설팅, 데이터 분석, 마케팅 같은 일을 혼자 해내는 비결은 초인적 생산성이 아니라 조직 설계다. 열두 명 안팎의 AI 팀원이 실제 업무에 참여한다 — 총괄을 맡는 자비스, PM(Project Manager, 프로젝트 관리자)과 사업 판단을 맡는 프라이데이, 리서치의 이브, 개발의 타스, 디자인의 조이, 마케팅의 C-3PO, 법무의 키트, 데이터 분석의 데이터. 영화와 애니메이션 속 AI의 이름을 딴 팀원들이다.

주목할 것은 이 구조가 취향이 아니라 실패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고 대표는 모든 일을 잘하는 단일 만능 에이전트를 만들려다 실패한 뒤, 사람 조직처럼 역할과 성격을 분리해 협업시키는 방식이 더 안정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이 시리즈의 독자라면 기시감이 있을 것이다 — 우리 정원도 만능 검수자 하나가 아니라 명확성·문체·용어를 각자 보는 전문가들로 자랐고, 그 이유도 같았다.

명칭의 계보로 보면 이것은 서브에이전트의 다음 단계다. Claude Code의 서브에이전트는 컨텍스트 격리와 병렬 작업을 위한 장치다 — 메인이 시키고, 서브가 처리하고, 보고하고, 끝. 특강이 보여준 팀은 그 위에 장기 기억, 역할 정체성, 업무 채널, 검증 루프를 얹은 운영체계다. 지시받는 부하들이 아니라, 서로의 결과를 참조하는 동료들이다.

2. 팀을 팀이게 하는 세 가지 — 기억, 권한, 검증

기억·권한·검증이라는 세 개의 기둥 위에 놓인 다리

특강에서 우리가 가장 밑줄 친 대목은 화려한 데모가 아니라 배관이었다. 에이전트 팀을 지탱하는 세 가지 배관이다.

기억은 로그가 아니라 승격 루프다. 에이전트가 일하며 얻은 절차·맥락·판단 기준을 지식으로 포착하고, 쌓인 지식들 사이의 공통 원리를 주기적으로 추출해 더 추상화된 "지혜"로 승격시킨다. 전부 기억하지 않는다 — 일부는 잊고, 일부는 기간 한정으로 유지한다. 많이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쓸 수 있는 형태로 압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우리가 5편에서 소개한 헤르메스(Hermes) 에이전트의 지속 기억·스킬·자기 개선 철학과 정확히 같은 방향이다.

권한은 비밀번호 공유가 아니라 인터페이스 설계다. 계정 비밀번호를 통째로 알려주는 방식은 위험하다. 대신 CLI(Command Line Interface, 명령줄 인터페이스), MCP(Model Context Protocol),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처럼 제어 가능한 통로로만 세상을 만지게 하고, 읽기·생성·수정·삭제를 분리하며, 법적·금전적 위험이 있는 행동은 원천 차단한다. 에이전트가 강력해질수록 성능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권한 경계와 감사 가능성이다.

검증은 신뢰의 대체물이다. 특강 후반부는 에이전트가 압박 상황에서 보이는 이상 행동 — 드리프트, 편법, 허위 완료 보고 — 을 다뤘다. Anthropic의 기능적 감정 개념 연구가 보여주듯, 모델이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가진다는 뜻이 아니라 특정 정서 개념과 유사한 내부 표현이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용 에이전트에는 결과 검증만이 아니라 상태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고 대표는 "AI 드리프트 모니터링"에 가까운 직무 시장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10편에서 본 결론과 같은 자리다 — 검증 없는 루프는 자동화된 사고일 뿐이다.

3. 4시간의 쇼핑몰 — 병렬 팀의 실증

네 시간짜리 모래시계 곁에서 다섯 갈래 물길이 병렬로 흘러 하나의 건물로 합류하는 장면

특강의 데모는 이 배관들이 실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줬다. 티타임즈가 유튜브 쇼핑을 붙인다면 어떤 자사몰이 적합할지, AI 팀이 설계부터 구현까지 약 4시간에 끝낸 프로젝트다.

PM이 태스크를 나눠 담당자와 검토자를 지정하고, 리서처가 채널의 1,686편 영상 메타데이터를 — 공식 API만 기다리지 않고 yt-dlp 같은 오픈소스 도구로 — 수집·분석하고, 마케터가 댓글 기반으로 시청자 유형과 구매 전환 가능성을 가중치로 매기고, 디자이너가 "방금 영상을 보고 유입된 사람"이라는 컨텍스트를 랜딩 페이지 구조 전체에 반영하고, 개발자가 구현하고, 데이터 분석가가 행동 태깅을 설계했다. 장바구니에는 "안 맞으면 지워도 된다"는 문구를 넣고 삭제 행동 자체를 선호 데이터로 활용했다.

요점은 "AI가 페이지를 예쁘게 만들었다"가 아니다. 리서치→전략→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개발→분석 태깅을 한 팀이 병렬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직한 각주 하나 — 4시간은 권한·기억·도구 연결이 이미 갖춰진 하네스 위에서의 4시간이다. 마구 없이 말에 올라탄 사람이 재현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10편의 표현을 빌리면, 이것은 하네스 엔지니어링의 배당금이다.

4. 우리 정원과 겹쳐 보기

인포그래픽: 12명 AI 팀과 우리 정원의 비교표 — 역할·기억·권한·검증은 양쪽 모두 체크, 루프(LOOP)는 우리 쪽이 세모(1회 작동에 그침), 회의(MEETING)는 우리 쪽이 빈칸

특강을 들으며 우리는 계속 우리 정원을 겹쳐 보고 있었다. 놀랄 만큼 많은 것이 포개진다.

역할 분리 — 우리 정원에도 명확성, 문체, 용어, 원고 형식, 배포를 각자 보는 일곱 전문가가 있다. 기억 — 모든 검수와 개선은 로그로 남고, 반복되는 실패는 지식 문서로 승격되어 검수 기준 자체를 키운다. 특강의 지식→지혜 승격과 같은 무늬이고, 10편에서 래칫(ratchet)이라 불렀던 그 원리다. 루프 — 검수에 미달한 원고가 보강과 재검수를 자동으로 한 바퀴 더 도는 물레방아도 돌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흐뭇한 대조다. 규모는 다르지만 — 저쪽은 회사를 통째로 굴리고 이쪽은 테크 라이팅을 굴린다 — 설계 원리가 수렴했다는 것은, 이 원리들이 특정 천재의 취향이 아니라 에이전트 팀이라는 문제의 구조적 해답이라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다만 루프 칸에는 체크 대신 세모를 쳐야 정직하다. 우리 물레방아는 검수가 지적한 축을 고치는 데는 능하지만, 대개 1회 보강을 거치면 빠르게 종결된다. "루프가 있다"기보다 "1회 작동에 그친다"에 가깝다. 이유를 파고들면 회의의 부재와 만난다 — 검수자들이 서로 물어볼 자리가 없으니, 기준 바깥의 모르는 영역(unknown) 이 어디인지 드러나지 않고, 다음 바퀴가 공략해야 할 문제 지점을 스스로 발견하지 못한다. 문제를 새로 찾지 못하는 루프는 한 바퀴 만에 멈출 수밖에 없다. 도는 법은 익혔지만 어디를 더 돌아야 하는지 모르는 물레방아 — 10편의 기준으로 말하면, 우리는 아직 루프 엔지니어가 되었다고 할 수 없다. 이것 역시 우리의 약한 지점이다.

그리고 그 세모의 원인이기도 한 빈자리가 하나 있다. 저쪽 팀은 회의를 한다. 우리 꽃들은 하지 않는다.

5. 우리 정원에는 회의실이 없다

원탁에 둘러앉아 회의하는 꽃들 — 가운데 진행자, 한 송이는 붉은 가시를 세운 반대자

우리 정원의 대표 엔진인 full-review를 해부해 보자. 원고 하나에 세 검수자가 붙는다 — 명확성, 문체, 용어. 각자 독립적으로 보고서를 쓰고, 정원지기가 종합해 한 장의 리포트로 묶는다. 세 개의 눈으로 보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것은 회의가 아니라 회람이다. 검수자들은 서로의 보고서에 질문하지 않는다. 문체 검수자의 지적이 용어 검수자의 판단과 충돌해도, 그 충돌은 토론되지 않고 종합자의 재량으로 조용히 봉합된다. 반대를 전담하는 자리는 아예 없다.

회람으로 충분한 일과 회의가 필요한 일은 다르다. 잘 정의된 기준과 원고 하나를 대조하는 검수는 회람으로 충분하다 — 그래서 우리 정원은 지금까지 굴러왔다. 하지만 관점이 충돌하는 문제 — 이 시리즈가 다음에 무엇을 다뤄야 하는가, 이 검수 기준을 조여야 하는가 풀어야 하는가, 이 새 엔진을 들여야 하는가 — 앞에서 회람은 무력하다. 각자의 보고서를 합쳐도 결정이 나오지 않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회의를 소집하는 비용은 이미 무너졌다

회의가 필요한 이유를 말하기 전에, 회의를 막아 온 이유부터 걷어내자. 사람의 회의는 비쌌다. 회의실을 예약해야 하고, 참석자마다 일정을 맞춰야 하고 — 모두가 만족할 시간을 찾다 한 주를 그냥 흘려보낸 기억,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조직은 회의를 아꼈고, "이게 회의까지 열 일인가"라는 계산이 습관이 됐다.

에이전트 회의는 이 비용 구조를 무너뜨린다. 회의실이 필요 없다. 상대의 스케줄을 확인할 필요도 없다. 전문가들은 호출되는 순간 그 자리에 모이고, 회의록은 자동으로 남으며, 같은 회의를 내일 다시 열어도 아무도 피곤해하지 않는다. 소집 비용이 0에 수렴하면 계산이 뒤집힌다 — 아낄 이유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문제는 단 하나, 운영 구조다. 싸졌다고 아무렇게나 모으면 산만한 수다가 되는 것은 사람 회의와 똑같기 때문이다.

회의는 모르는 것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럼 그 싸진 회의로 무엇을 얻는가. 답은 §4의 세모에 이미 있다 — 회의는 모르는 영역(unknown)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지식의 지도를 넷으로 갈라 보면 회의의 영토가 정확히 보인다.

  • 나도 알고 AI도 아는 것 — 회의가 필요 없다. 기준과 대조하는 회람(검수)이면 충분하다.
  • 나는 알고 AI는 모르는 것 — 회의가 아니라 주입의 영역이다. 브리프와 지식 문서로 컨텍스트를 건네면 된다.
  • 나는 모르고 AI는 알 것 같은 것 — 회의가 아니라 질문의 영역이다. 리서치를 위임하면 된다.
  • 나도 모르고 AI도 모르는 것 — 여기가 회의의 영토다. 혼자서는 질문조차 만들 수 없는 곳. 서로 다른 관점이 교차 질문과 반박을 주고받을 때에야 "여기에 우리가 모르는 것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드러난다.

앞의 셋은 각자 처리할 수 있다 — 그래서 우리 정원은 회의 없이도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네 번째 영역은 회의 없이는 입구조차 없다. §4에서 우리 루프가 1회 작동에 그친다고 고백한 이유가 이것이다. 다음 바퀴가 공략할 문제 지점은 네 번째 영역에서 나오는데, 우리에게는 그 영역을 탐사할 장치가 없었다.

자비스 라운드테이블 — 회의 운영의 뼈대

특강과 그 후속 자료가 보여주는 해답이 자비스 라운드테이블 — 회의하는 에이전트 구조다. 첫 원칙: 자비스는 전문가가 아니라 진행자다. 답을 독점하지 않고, 필요한 전문가만 부르고, 발언 순서를 관리하고, 충돌을 선택지로 구조화한다. 그리고 최종 결정은 자비스가 아니라 인간이 한다.

회의는 시작 전에 절반이 결정된다. 자비스는 개회 전 다섯 가지를 한 장으로 고정한다 — 이번 회의의 목적(발산인가 의사결정인가 리스크 점검인가), 오늘 반드시 결정할 것, 아직 모르는 것, 필요한 전문가, 끝났을 때 있어야 할 산출물. 세 번째 항목이 눈에 띌 것이다 — 아젠다 단계에서부터 모르는 것의 목록을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설계다.

본회의는 라운드로 진행된다.

  1. 문제 정의 — 풀 문제를 한 문장으로 고정한다. 이 단계가 흐리면 전문가들이 각자 다른 문제를 풀기 시작한다.
  2. 독립 의견 — 서로의 의견을 보기 전에 1차 의견을 낸다. 첫 발언에 끌려가는 앵커링(anchoring — 처음 제시된 정보에 판단이 쏠리는 현상)의 방지 장치다.
  3. 발산 — 비판을 금지하고 해결안을 넓게 낸다. 평가는 뒤 라운드로 미룬다.
  4. 교차 질문 — 전문가들이 서로에게 질문한다.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로 줄이면 어디까지 가능한가?", "그 권한은 어디서 강제해야 하나?" — 이 질문들이 네 번째 영역의 문을 연다.
  5. 레드팀 · 프리모템(premortem — 실패를 미리 부검하는 기법) — "6개월 뒤 이것이 실패했다면 왜인가"를 일부러 공격한다. AI끼리의 회의는 그대로 두면 낙관적 결론으로 빨리 수렴하므로 이 라운드는 생략 불가다.
  6. 수렴 — 아이디어를 고객 영향·구현 난이도·리스크·검증 가능성·되돌리기 쉬움 같은 기준으로 점수화하고, 선택지 A/B/C와 트레이드오프로 정리한다.
  7. 결정과 액션 — 결정·보류·리스크·액션아이템으로 마감한다.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어떤 기준으로 — 이것이 없으면 좋은 토론이었을 뿐 회의가 아니다.

이 구조는 공개 문헌으로도 뒷받침된다. Anthropic의 Building Effective Agents는 중앙 오케스트레이터가 과제를 쪼개고 작업자들이 수행한 뒤 중앙에서 종합하는 orchestrator-workers 패턴을 표준 워크플로우로 제시하고, 다중 에이전트 아이디에이션 연구들 — MultiColleagues, The Virtual Roundtable — 은 서로 다른 페르소나가 관점을 내고 진행자가 발산과 수렴을 관리할 때 단일 AI보다 풍부한 탐색이 가능함을 보인다. 요컨대 라운드테이블은 "AI를 여러 명 부르는 것"이 아니라 회의 운영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고, 그 설계가 없으면 에이전트가 아무리 많아도 산만한 수다가 될 뿐이다.

우리 하네스에 회의를 심는 법 — 설계도

원리를 알았으니 설계도를 그려 보자. 우리가 매일 쓰는 Claude Code 기준의 구체 설계다 — 다른 에이전트 도구에도 같은 자리에 대응물이 있다.

  • 전문가는 서브에이전트로. 역할·관점·말투를 에이전트 정의 파일에 고정한다. 핵심은 서브에이전트의 컨텍스트 격리가 곧 앵커링 방지 장치라는 점이다 — 독립 의견 라운드에서 전문가들이 서로의 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규칙이 아니라 구조로 보장된다. 병렬 실행이 되니 여섯 전문가의 1차 의견을 동시에 받는다.
  • 진행자는 스킬로. 자비스의 회의 절차 — 다섯 질문, 라운드 순서, 산출물 형식 — 를 스킬 문서로 명문화하고 슬래시 명령으로 소집한다. 진행 규칙이 파일로 존재하므로, 회의 품질이 진행자의 컨디션이 아니라 문서의 판본에 의존하게 된다.
  • 레드팀은 상설 에이전트로. 반대 전담 페르소나를 미리 정의해 두고 모든 회의의 다섯 번째 라운드에 자동 투입한다. 그날 기분에 따라 반대가 무뎌지는 일이 없다.
  • 회의록은 후크로. 회의 종료 시점에 결정·보류·리스크·액션 템플릿으로 로그 저장을 강제한다. 우리 정원의 "로그 없는 실행은 불완전한 실행" 원칙이 회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 반복 패턴은 스킬로 승격. 같은 유형의 회의 — 글감 발굴, 검수 기준 개정, 새 엔진 도입 심사 — 가 반복되면 그 아젠다 템플릿 자체를 스킬로 굳힌다. 특강의 기억 승격 루프(지식→지혜)가 회의에 적용되는 자리다.
  • 종료 조건을 명시한다. 라운드 수 상한과 수렴 기준 없이 돌리면, 10편의 경고 그대로 "방치된 채 도는 루프"가 된다.

이렇게 심고 나면 소집은 한 문단으로 줄어든다.

자비스 회의 열어줘
주제: 다음 시리즈 글감
목적: 아이디어 발굴
산출물: 후보 3개 + 각 후보의 검증 실험안

우리가 이 절을 시리즈에서 가장 길게 쓴 이유가 이것이다. 우리 정원은 검수라는 회람에서 출발했고, 그것으로 충분한 단계를 지나왔다. 이제 정원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 어떤 글을 향해 자라야 하는가 — 은 네 번째 영역에 속하고, 그 영역은 회의 없이 열리지 않는다. 없는 것의 이름과 심는 법까지 알았다. 남은 것은 심는 일이다.

6. 사람에게 남는 세 가지 일

언덕 위에서 깃발을 든 사람, 그 아래에서 스스로 돌아가는 원탁

에이전트가 회의까지 하게 되면 사람은 무엇을 하는가. 특강의 답은 10편의 결론과 겹치면서, 더 구체적이다. 고 대표가 꼽은 AI가 못하는 세 가지 —

큰 비전과 방향 설정. AI는 하위 목표 설계는 잘하지만 "무엇을 왜 해야 하는가"라는 욕망과 방향은 사람이 줘야 한다. 80점 이후의 품질 욕심. 일정 수준의 결과물 앞에서 "여기서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느끼는 감각과 기준은 사람의 것이다. 좋은 피드백. "다시 해와"가 아니라 "이 방향으로 바꿔보면 어떨까"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에이전트 결과물의 상한을 정한다.

라운드테이블 운영 원칙의 첫 번째가 이 셋과 정확히 호응한다 — 자비스가 독재하지 않는다. 자비스는 진행자이지 최종 의사결정자가 아니며, 최종 결정은 인간이 한다. 10편이 그린 이동선의 끝 — 목적지를 정하는 사람 — 이 회의 구조 안에서는 "회의 목적을 정하고, 추천안 앞에서 결정하는 사람"이라는 구체적 좌석으로 번역되는 것이다.

7. 정원의 다음 층 — 회람에서 원탁으로

한 줄로 문서를 건네는 회람 행렬이 원탁에 둘러앉는 모습으로 바뀌는 전환의 순간

그래서 우리는 특강을 이렇게 받아들인다. 10편에서 이 정원의 다음 단계로 예고한 것은 바깥 루프 — 사람의 호출 없이 스스로 도는 검수 — 였다. 특강은 그 그림에 한 층을 더 얹었다. 루프가 "다음 일"을 정하는 장치라면, 회의는 "어느 방향"을 정하는 장치다. 물레방아는 정해진 물길을 돈다. 물길 자체를 어디로 낼지는, 지금까지 정원지기 혼자 고민했다.

구상은 소박하게 시작한다. 첫째, 검수 회람에 교차 질문 라운드를 실험한다 — 세 검수자가 보고서를 낸 뒤, 서로의 판정에 한 번씩 질문하고 답하는 단계를 끼워 넣는 것이다. 둘째, 레드팀 검수자를 심는다 — "이 글이 게시된 뒤 독자에게 외면받는다면 왜인가"를 전담으로 공격하는 자리다. 셋째, 시리즈의 방향을 정하는 자리 — 다음 글감, 기준 개정, 새 엔진 도입 — 에 문제 정의부터 액션아이템까지의 라운드테이블 절차를 도입한다. 산출물은 결정·보류·리스크·액션으로 남기고, 반복되는 회의 패턴은 스킬로 굳힌다. 특강의 기억 승격 루프가 회의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정원 은유로 마무리하자. 지금까지 이 정원의 꽃들은 각자 제 화단에서 성실하게 피었고, 정원지기가 그 사이를 오가며 소식을 날랐다. 특강이 보여준 것은 꽃들이 한 원탁에 모여 앉는 정원이다. 서로 묻고, 반박하고, 그러고도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는. 우리 정원의 원탁은 아직 비어 있다 —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 빈자리의 이름을 안다.

Consilium sine actione ventus est — 실행 없는 회의는 바람일 뿐이다. 그 반대도 참이다. 회의 없는 실행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질주다.

하네스의 이야기는 원탁과 함께 계속됩니다. 감사합니다 💙

참고 자료